카테고리 없음2010. 7. 24. 09:47

안녕하세요. 이번엔 챔피언스 리그 이란세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란 리그는 잘 알려져 있지도 않고 경기를 접하기도 어려워서 우리나라에는 이란 축구에 대해서 대표팀을 제외하고는 알려진 바가 없죠. 인터넷 중계도 찾기가 어려워, 전세계 30개국 리그경기를 최소 한번 이상 봤다는 저도 이란 리그는 거의 접해본 바가 없습니다. 컵대회나 AFC 챔피언스 리그, 유튜브 하이라이트를 통해서 본게 거의 전부입니다. 따라서 챔피언스 리그 출전팀밖에 경기를 볼 기회가 없죠.

우선, 이란리그의 명칭은 페르시안 걸프컵(Persian Gulf Cup) 이라고 합니다. 이 페르시안 걸프컵은 2001/2002 시즌에 출범을 하여 지금까지 9시즌을 치뤘습니다. 물론 시즌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리그는 추춘제로 운영이 됩니다. AFC 평가에 의한 리그 순위는 서아시아에서 3위, 아시아에서 7위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총 18개의 팀중 매년 3개의 팀이 강등되고, 4개의 팀이 AFC 챔피언스 리그에 진출합니다. 리그 컵의 명칭은 하즈파이 컵(Hazfi Cup)이고 우리나라의 FA컵과 같은 성격을 지닌 토너먼트 대회라고 볼 수 있습니다. 확실하진 않은 정보이지만, 08-09 시즌까지 컵대회에 챔피언스 리그 출전권이 달려있었는데 09-10 시즌부터 없어지고 리그성적으로만 출전팀을 가리고 있는것 같습니다.

08-09 페르시안 걸프컵을 통해 2010 AFC 챔피언스 리그에 출전한 이란 팀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West Asia (Groups A–D)
Team Qualifying method App* Last App
Iran Esteghlal Tehran Persian Gulf Cup 2008–09 champions 3rd 2009
Iran Zob Ahan Esfahan Persian Gulf Cup 2008–09 runners-up
Hazfi Cup 2008–09 winners
2nd 2004
Iran Sanat Mes Kerman Persian Gulf Cup 2008–09 3rd place 1st
Iran Sepahan Esfahan Persian Gulf Cup 2008–09 4th place 6th 2009
*App : AFC 챔피언스 리그 출전 횟수.



이 중, 에스테그랄과 세파한은 지난 시즌 챔피언스 리그에서도 본 적이 있는 팀들입니다. 각각 1위와 4위로 챔피언스 리그에 진출했습니다. 물론 테헤란 더비의 한 축인 페르세폴리스가 빠지긴 했지만, 그 외에는 이란 리그의 강호들이 모두 나온 셈입니다.

사실 작년엔 이란 리그에서 AFC 챔피언스 리그에 4팀이 출전해서 단 한팀밖에 16강에 진출하지 못하는 오명을 썼습니다. 더구나 유일하게 16강에 올라간 페르세폴리스마저 분요드코르에게 패하며 모두 전멸했죠. 08-09 페르시안 걸프컵 1~4위의 자격으로 출전한 네팀은 작년의 오명을 씻기 위해 나섰습니다.







이란의 챔피언스 리그 행보는 시작부터 주목을 받았습니다. 조 추첨이 발표된 후, 알 샤밥, 팍타코르와 같은 조에 편성된 세파한의 감독은 조 편성 결과에 만족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알 가라파, 알 아흘리와 같은 조에 속하게 된 에스테그랄의 감독은 오히려 조편성이 쉽지 않다는 발언을 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제 3자의 입장에서 볼 때는 조추첨 결과는 두 감독의 발언과는 정 반대의 결과처럼 보였습니다. 객관적인 전력상 알 가라파와 알 아흘리보다는 알 샤밥과 팍타코르가 훨씬 강팀이었기 때문이죠.

대회가 시작되고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역시나!' 였습니다. 세파한은 대회 초반부터 그룹 최약체인 알 아인에게 무승부를 거두더니 이어서 팍타코르에게 패배를 당했습니다. 그 후에 팍타코르와 알 샤밥을 연달아 이기며 기사회생하나 싶더니, 결국 마지막 라운드에서 또다시 알 아인에게 발목을 잡히며 16강 진출이 좌절됐습니다. 조 추첨 결과에 만족한다던 세파한의 감독은 "팬들께 면목이 없다"며 아쉬움을 남긴 채 아시아 무대에서 퇴장했습니다.

반면에 쉽지 않은 조편성이라는 코멘트를 남겼던 에스테그랄은 첫경기부터 대회 승점을 차곡차곡 쌓아가며 손쉽게 16강에 진출했습니다. 특히, 파리아스 감독이 이끌던 알 아흘리를 두번 모두 2-1로 격침시키며 크게 앞서나가, 마지막 라운드에는 이미 16강 진출이 확정된 상태였습니다. 이와 반대로 파리아스 감독의 알 아흘리는 16강 진출에 실패했고, 파리아스 감독이 6개월만에 경질당한 가장 큰 이유가 되기도 했었죠.

대회에 첫 출장한 신흥 강호 메스 케르만은 카타르 클럽인 알 사드와 엎치락 뒷치락 하다가 힘들게 16강에 진출했습니다. 알 사드는 약팀에게는 강하고 강팀에게는 약한 소인배적(?) 면모를 보여주다 아쉽게 탈락했습니다. 참고로 알 사드에는 감바 오사카에서 뛰던 레안드로가 있고, 이번에 이정수 선수가 새로 이적하기도 한 것으로 한국팬들에게 유명한 클럽입니다.

마지막으로 좁 아한은 이번이 대회 2번째 출전임에도 불구하고 굉장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특히나 분요드코르와 알 이티하드를 제치고 1위로 16강에 진출한 것은 지금까지의 이번 대회 최고의 이변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우연에서 나온 것이 아닌것임을 실점률로 당당하게 보여주었죠. 대회 최강의 파괴력을 지닌 두 팀을 상대로 조별예선에서 3실점밖에 안했다는 사실은 좁 아한이 정말 엄청난 수비력을 가졌다는 걸 증명하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그나마도 사실상 16강 진출이 확정된 후에 열린 알 와흐다와의 경기에서 1실점을 하고, 알 이티하드전 한경기에서 2실점을 한 것 외에는 나머지 모든 경기를 무실점으로 마쳤다는게 더 놀라운 점이죠.

이렇게 조별예선 모든 경기가 끝났고, 아래는 서아시아지구 조별예선 최종 순위입니다.







네팀중 세팀이 올라간 16강전에선 [알 샤밥 - 에스테그랄] [좁 아한 - 메스 케르만] 의 대진으로 경기를 치루게 됐습니다. 이란의 전통 명문 에스테그랄은 3-2 펠레스코어로 패배를 당하며 탈락하면서 뒤의 두 팀만 남게 되었습니다. 또 여기서 한팀이 죽고 다른 한팀만이 살아서 8강에 올라갈 수 밖에 없었죠. 좁 아한의 만수르 감독은 경기 전, "16강 전도 자신있다"며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기사)




☞ 좁 아한의 만수르 감독




이 경기는 한국의 최명용 주심의 진행 하에 시작되었습니다. 이 날은 국내 대형 축구카페에도 경기 생중계 사이트가 소개되면서 아시아 축구에 관심있는 몇몇 한국 축구팬들이 이 경기를 지켜보기도 했죠. 경기는 전반 내내 팽팽하게 진행되다가 47분에 경고 누적으로 메스 케르만의 선수가 퇴장을 당하면서 좁 아한쪽으로 기울기 시작했죠. 다만 경기가 한쪽으로 크게 기울지 않아, 메스 케르만이 실점을 하지 않고 잘 버티며 서로 난타전을 반복했습니다. 그렇게 경기시간이 점점 흘러갔고, 90분이 가까워질 무렵에 교체 투입된 이고르 카스트로 선수가 헤딩으로 극적인 결승골을 집어넣었습니다. 짠물 수비의 좁 아한은 결국 끝까지 실점을 하지 않으며 그대로 경기를 마쳤고, 8강에 진출하게 되었습니다.


아래는 짧은 경기 하이라이트입니다.








☞ 극적인 결승골을 넣은 이고르 카스트로 선수(브라질).



이제 그 좁 아한이 8강에서 포항 스틸러스를 상대합니다. 좁 아한은 수비력이 상당히 강한데다가 요즘 포항이 별로 상태가 좋지 못합니다. 공격도 잘 안되고 수비도 구멍이 났습니다. 결승골을 넣은 이고르 카스트로 선수는 이번 시즌엔 부진했지만 08-09 시즌에 리그 득점 3위를 했을정도로 상당한 기량이 있어, 언제든지 포항의 골문을 열수도 있는 그런 선수입니다. 여러가지로 포항에게 불리한 조건이지만, 09-10 시즌에 좁 아한에서 결정적인 활약을 했던 몇몇 선수가 빠졌다는 점, 그리고 선수단이 상당수 바뀌어서 조직력이 좋지 못하다는 점이 그나마 포항에게는 호재입니다. 또한 감독이 짤린 상태로 원정에서 가시마에게 승리를 거둔 포항의 저력은 겉으로 보이는 것 이상입니다. 거기다 지금의 침체된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2달간의 여유가 있다는 점이 포항에게 그나마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란의 2009 AFC 챔피언스 리그 굴욕을 최소한의 만회는 하긴 했지만 8강에 한팀이 올라온 것으론 확실하게 명예회복 했다고 하기엔 아직 멀었습니다. 이란 축구가 올해 좁 아한을 통해 자존심을 세울 수 있을지 없을지는 포항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두달 후에 있을 좁 아한과 포항의 일전에 관심이 가는 이유입니다.




참고로 아래는 이란의 2011년 AFC 챔피언스 리그 참가팀입니다. 페르시안 걸프컵은 이번 월드컵 휴식기전에 09-10 시즌이 끝났기 때문에 이미 챔피언스 리그 출전팀이 모두 결정이 됐습니다.


1 Sepahan (C) 34 19 10 5 67 30 +37 67 2011 AFC Champions League Group stage
2 Zob Ahan 34 16 13 5 48 29 +19 61
3 Esteghlal 34 16 11 7 49 32 +17 59
4 Persepolis 34 13 14 7 46 40 +6 53



세파한, 좁 아한, 에스테그랄, 페르세폴리스 이 네팀인데, 페르세폴리스가 복귀하면서 다음 시즌엔 챔피언스 리그에서 아시아 최고의 열기를 가진 테헤란 더비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에스테그랄과 페르세폴리스의 테헤란 더비는 10만이 넘는 아자디 스타디움을 꽉 메우고도 남을정도로 전 세계적인 열기를 보여주기로 유명합니다. 밀라노 더비보다 더 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는 그런 더비이죠. 만약 테헤란더비가 성사되지 않더라도 두팀중 한팀만 8강에 올라오면 우리나라 클럽팀이 지옥의 아자디 스타디움 원정을 떠나는 그런 흥미로운 상황이 생길지도 모릅니다.




☞ 아자디스타디움




Posted by chan8263